

담양 문화파인더
신식당의 역사는 1900년대 초, 부엌일에 유난히 능했던 증조모 남광주 할머니의 손끝에서 시작한다. 어려서부터 부엌일에 능하고 손맛이 좋아 관청에서 잔치나 접대가 있을 때마다 자주 불려갔다고 한다. ‘예사롭지 않은 손맛’은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며 식당으로 연결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다. ‘신식당’이란 상호는 1960년대 초 등록한 기록이 있는데, 2대 신금례 할머니가 운영하는 집이라는 말로 ‘신댁 식당’, ‘신 할머니 집’ 등으로 불리다 자연스럽게 신식당이 되었고, 그렇게 담양 관가음식을 대표하는 상징적 이름이자, 한 가문의 자부심이 된다.
신식당의 대표메뉴 떡갈비구이. 흥미로운 사실은 처음부터 ‘떡갈비’라 불렸던 것이 아니었다. ‘갈비’, ‘숯불갈비’로 칭하다 ‘떡처럼 넓고 납작하다고 하여’ 손님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 이렇게 ‘떡갈비’라는 말을 대중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떡갈비 중심의 음식점으로 정착하기 시작했는데, 그 시기는 대략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로 보인다.
신식당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같은 공간에서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세대를 이어오는 작업 환경은 조리 방식과 손맛 또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신식당의 맛은 종이에 적힌 레시피가 아니라 세대가 몸으로 익힌 ‘감각의 조율’을 통해 흐른다. 고기 부위를 고르는 눈썰미, 불의 세기를 조절하는 손의 온도, 간의 깊이를 맞추는 반복된 리듬은 정량화된 기술이 아닌 살아있는 전통이다. 특히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를 이어 지켜온 ‘씨간장’에는 남광주 할머니부터 내려온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한 점의 고기 속에 깊은 세월의 풍미를 담아낸다. 시대의 흐름에 요구하는 변화도 있었지만 백 년의 세월을 지켜온 조리방식과 손맛을 이어가려는 가족의 의지는 곧 변함없는 맛의 비결이다.

신식당의 한 상. 담양 관가음식의 흐름이 담긴 식탁. (출처 : 네이버 신식당 업체 등록 사진)
현재 4대를 잇는 운영자 박성율님에게 떡갈비는 어린 시절 ‘미안해서 차마 먹고 싶다 말하지 못한 음식’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주방에서 떡갈비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며 자라지 않았겠는가. 작두로 갈비를 자르고, 힘줄과 지방을 일일이 손으로 떼어내며, 고기의 섬유를 다시 정리하는 과정을 넘어 고기를 뼈에 다시 붙여 굽는 시간까지, 아침에 시작해서 새벽에 마치기 일쑤였던 어머니의 고된 삶이 어린 아들에게마저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나 보다. 그래서 일찍이 철든 어린 아들에게 떡갈비 한 조각은 미각의 즐거움을 넘어 가족의 고단한 삶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이 담긴 기억이다. 그 음식이 얼마나 많은 땀과 시간의 응축인지 일찍 깨달아 버린 것이다.

(왼쪽) 담양읍 담주리의 중앙로에서 볼 수 있는 간판. (오른쪽) 신식당의 전경. 식사시간이 되면 떡갈비를 맛보고자 하는 손님들의 차로 가득하다.
지금 신식당은 하얀 벽으로 반듯이 세워진 건물이지만, 처음엔 마당과 정원, 장독대가 함께 있는 한옥의 가정식 공간이었다. 1986년 담양읍 일대에서 복개공사가 진행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마당의 장독대만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식당의 주변 공간 역시 함께 변화를 겪어오며 지금의 중앙로를 따라 상권의 중심지로 자리했다. 관방천 옆으로 펼쳐지는 담양 오일장은 오랫동안 지역의 장터로, 장날이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신식당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이어졌다고 한다. 지역의 상권과 장터, 일상적 경관 속에서 지역사의 흐름을 함께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메뉴도 조금씩 변화하고 손님들의 구성과 차림새도 변했지만, 신식당은 여전히 “선택한 삶이 아니라 선택을 품은 삶”으로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담양의 정체성을 맛으로 설명하고 있다.
신식당은 마치 ‘백 년을 묵은 씨간장’과 같다. 오랜 기다림과 고단함을 인내하며 한 방울 한 방울 맛의 깊이를 더해가는 씨간장처럼, 이 식당 또한 담양의 역사와 가족의 사랑을 켜켜이 숙성시켜 우리에게 ‘진짜 집밥의 언어’를 건네고 있기 때문이다.

신식당의 전통을 이어가는 4대 박성율 운영자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청해 들을 수 있었다. 흘러 도착한 자리에서 담양의 맛과 가족의 시간을 함께 이어가고 있었다.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라지만, 나는 늘 선택보다는 흐름을 탔다.
흘러 흘러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이곳은 단순히 부모님의 식당이 아니다.
이제는 나의 자리이고, 내 딸에게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이기도 하다.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가와카미 데쓰야, 2022)는 내가 이 자리에 존재하는 이유를 선명하게 해주었다.
단지 일하는 장소가 아닌, 내가 보고 자란 세상, 도망치고 싶었던 현실 하지만 결국 돌아와 앉게 된 자리.
고바야시 서점 주인장이 그 자리를 지킨 이유처럼 나도 내가 지켜야 할 이 자리에서 오늘도 하루를 시작한다.
선택하지 않은 삶이 아니라, 선택을 품은 삶으로.
언제나 그렇듯 손님들의 주문에 냉장고 문을 열며 생각한다.
‘그래, 오늘도 신식당에 갑니다’
담양군문화재단은 2025년 지역문화와 접점을 만들어보자며 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몇몇이 회의실 탁자에 모여앉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예기치 못한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담양의 오래된 식당 이야기를 모아보기로 한 것이다.
담양이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떡갈비.
떡갈비를 맛보는 전국의 수많은 관광객이 떡갈비가 어떻게 담양의 대표메뉴가 되었는지 알게 된다면 어디에서나 맛보는 떡갈비가 아니라 이야기가 차려진 ‘담양의 떡갈비’가 되지 않을까.
또 담양을 대표하는 맛이 어디 떡갈비뿐일까. 돼지갈비, 국밥, 국수, 담양의 손맛을 ‘짚게’ 느낄 수 있는 맛들은 차고 넘치지!천천히 노포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담양 외식문화의 흐름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 공간의 변화도 담겨 있을거야.
이러한 작은 생각의 꼬리는 생활의 기억, 맛의 감각, 사람과의 관계망이 녹아 있는 오래된 식당과의 연결점을 만들어 냈다. 단지 오래되거나 맛집으로 소문난 집이 아닌, 세대를 이어 가업으로 운영하는 곳, 음식의 맛과 조리 방식에 전통이 존재하고 음식의 역사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지역의 대표성으로 기능하는 곳을 기준으로 삼았다. 지역의 오래된 식당은 지역의 생활사와 음식문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다.
25년도엔 4개 식당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올해도 이어 만남의 지점을 계획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이야기가 신식당이었다.
<담양도 맛의 고장이지, 전라도잖아!>
인터뷰ㆍ연구보고서 : ㈜남도다락, 남도학연구소 소장 서해숙
인터뷰 참여ㆍ각색 : 담양군문화재단 문화정책팀장 황진영
「담양의 삶과 기억을 담은 음식문화 연구조사」, 담양군문화재단, 202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