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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담론] “담양에서 살고 있습니다.”
  • [청년 담론] “담양에서 살고 있습니다.”

    담양 문화파인더

이수진 | 문화파인더 청년 에디터
  • #지금담양
  • #청년담론
  • #지역청년
  • #설명하지않는삶
  • #관계의밀도
  • #로컬크리에이터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것. “왜 여기에서 살고 있나요?”수도권이나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종종 따라붙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보이지 않는 전제가 깔려 있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삶에는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 혹은 기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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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것


“왜 여기에서 살고 있나요?”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종종 따라붙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보이지 않는 전제가 깔려 있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삶에는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 혹은 기대감이다. 하지만 실제로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은 누군가에게 설명이 필요한 선택이 아니다. 그들은 단지 ‘남아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곳에서 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능동적으로 ‘만들어 가는 주체’들이다.

 최근 담양의 한 청년 소모임은 스스로 세미나와 토론을 운영하며 지역에서 기획 역량을 키우는 자발적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일상의 고민과 대화에서 시작된 이들의 활동은 지역 안에서 서로의 존재와 관계성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시도이며, 이들에게 담양은 설명해야 할 선택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공간인 것이다.

■ 하유진, 임재현, 강보라의 목소리


지난 3월 말, 담양 인문학가옥에서 마주 앉은 세 청년과 청년 에디터 이수진님


 담양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각기 다른 결의 삶을 일구고 있는 세 사람을 마주했습니다. 할머니 때부터 내려온 가업인 조청과 쌀엿을 트렌디하게 재해석하며 발효 전문가의 길을 걷는 하유진 님, 수원에서 내려와 연고 없는 담양의 창업 사관학교를 거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치열하게 고민 중인 임재현 님, 그리고 도시에서의 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위한 정서 교육의 장을 열어낸 강보라 님까지. 원주민과 이주민, 그리고 귀향인이라는 서로 다른 시작점을 가진 이들이 ‘청년창업과 기획’이라는 공통의 갈증으로 만나 빚어낸 시너지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서사를 품고 있었습니다.


따로 또 같이, 담양에서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담양 청년 활동가들. (왼쪽부터) 하유진, 강보라, 임재현님

Q1.

담양에서 ‘기획 역량’을 주제로 한 ‘자발적’ 세미나 모임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하유진

제가 ‘청년 마을 만들기’ 사업을 기획하려고 준비하다 보니 혼자 머리 싸매고 한다고 될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고민할 동료들을 찾아 나섰죠.

임재현

저도 마침 창업 준비 중이었거든요. 아이디어는 많은데 이걸 어떻게 구체화하고 비즈니스 브랜딩을 할지 막막하던 차에 유진님의 제안을 듣고 ‘이거다’ 싶어 바로 합류했습니다.

강보라

저는 예전에 공모 사업을 하려다 사람이 부족해서 포기했던 아픈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마침 마음 맞는 분들이 모여서 공부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엔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타이밍 좋게 숟가락을 얹었습니다.

 

Q2.

현재 운영 중인 소모임의 구체적인 활동 내용과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궁금합니다.

임재현

내년도 ‘청년 마을 만들기’ 공모 사업에 낼 실전 기획안 완성을 목표로 시장 분석부터 시작해서 SWOT 분석, 비즈니스 로직 짜기까지 기획서의 뼈대를 만드는 연습을 매주하고 있습니다.

강보라

총 10회차를 계획하고 있고, 지금까지 3회차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여전히 주변 청년들의 참여와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매주 방향과 경로를 조금씩 조정해가면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유진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저희 스스로의 무지를 깨닫는 과정이었어요. 우리 모두 담양에서 나고 자랐거나 오래 살아서 지역을 잘 안다고 자부했는데, 막상 객관적인 데이터로 분석해 보니까 우리가 담양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더라고요. 그 사실을 마주하는 게 꽤나 고통스럽고 뼈아픈 경험이었지만 덕분에 훨씬 더 단단한 기획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Q3.

활동가분들이 향유하는 담양에서의 ‘자연스러운 라이프 스타일’이 기획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임재현

담양의 고요함이 참 좋지만 솔직히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정착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늘 ‘수익 구조’를 기획의 최우선으로 둬요. 현실적인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니까요.

강보라

저는 도시가 싫어 내려왔지만, 막상 살아보니 교통이나 편의시설이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그런데 기획자의 시선으로 보니 이 불편함이 오히려 비즈니스 기회였어요. “이게 불편해? 그럼 이걸 해결하는 모델을 만들자”는 식으로요.

하유진

저는 담양의 평화로움 이면에 청년들이 느끼는 고립감이나 우울감에 주목했어요. 갈 곳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냥 잠깐 왔다가 가는 기획 말고, 청년들이 정말로 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Q4.

지역에서 ‘로컬 크리에이터’로 자리 잡기 위해 가장 필요한 태도나 환경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로컬크리에이터 : 담양을 무대로 지역자원과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작자·창업자·활동가 등 문화생태계를 구성하는 청년으로 정의)

강보라

가장 중요한 건 ‘자생력’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처럼 민간이 주도해서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스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태도가 필수적입니다.

임재현

환경적으로는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어요. 흔히 담양 하면 대나무나 딸기 같은 특산물만 떠올리시잖아요? 행정에서도 그런 틀에 박힌 자원만 강조하지 말고, 청년들이 제안하는 새롭고 엉뚱한 가치들을 믿고 지켜봐 주는 개방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하유진

지역 내의 폐쇄성도 좀 걷어내야 해요. 우리끼리만 뭉칠 게 아니라 외부인의 시각도 수용하고, 다양한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플랫폼이 꼭 필요합니다.

Q5.

이 모임이 앞으로 담양 지역(문화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하나요?

임재현

당장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저희가 지금 공들여 짜고 있는 기획서가 내년도 공모 사업에 선정되어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죠.

하유진

하지만 더 큰 목표는 이 모임이 담양 청년들의 ‘아지트’이자 ‘플랫폼’이 되는 거예요. 담양에 정착하고 싶은 청년들이 막막함을 느낄 때, “일단 그 모임에 한번 가봐”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곳 말이죠.

강보라

굳이 세미나에 참여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냥 지역에서 살아가다 지칠 때, 혹은 허무맹랑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언제든 찾아와서 떠들면서 정보를 나누고 네트워크를 연결 받을 수 있는 든든한 소통 창구가 되고 싶어요.

 

■ 관계에서 시작되는 지역 문화의 가능성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들에게서 발견한 가장 큰 가능성은 단순히 ‘완성도 높은 기획서’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그 기획을 가능하게 만드는 ‘관계의 밀도’에 있다. 행정이 주도하는 하향식 지원이나 일회성 프로젝트가 메우지 못하는 지역의 빈틈을 청년들은 서로의 결핍을 동력 삼은 자발적 연대로 채워가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창업의 동료로, 누군가에게는 정착의 아지트로 기능하는 이들의 모임은 그 자체로 담양의 새로운 문화 생태계가 된다. 특정한 지역 자원이나 화려한 인프라에 기대지 않고도 ‘서로가 서로에게 비옥한 토양이 되어주는 관계’야말로 지역 소멸의 위기를 넘어서는 가장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해답이 될 것이다.

 씨실과 날실이 서로 촘촘히 얽혀 마침내 하나의 큰 면을 완성해 가듯 담양 청년들의 활동도 소소한 일상의 배움에서 시작해 지역에 새로운 연결망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청년을 단순한 ‘정착 주체’가 아니라 지역 문화의 ‘생산자이자 매개자’로 다시 보게 만들 것이다. 앞으로 지역 청년을 만나면 이렇게 질문해 보자.

“요즘 지역에서 어떤 관계망을 만들어가고 있나요?”

  • 강보라 (담양거주 26년차)

    아이숲 / 자연 기반 책·체험 공간 운영






    @damyang_isoop

  • 임재현 (담양거주 2년차)

    다인 식문화연구소 / 식초 등 식품개발






    @wogus881

  • 하유진 (담양거주 27년차)

    그로우담 / 발효디저트·체험 프로그램 운영






    @growdam_

글. 이수진 dy_tourdure@naver.com

담양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프로 산책러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오늘도 뚝방길을 걷습니다.
우리 동네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지역과 관계성을 쌓아가는 청년들의 치열한 고민을 생생하게 배달해 드릴게요.
담양 어딘가에서 재미난 작당 모임을 꾸리고 계신다면 언제든 저를 불러주세요!

사진. 양희상(유토픽쳐스)
담양군문화재단 웹진 「담양 문화파인더」 | Vol. 08 | ​2026. 4. 10.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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